1990년 겨울에 싹을 틔운 한국인사조직학회라는 나무가 2025년으로 서른다섯 번째 봄을 맞습니다.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는 씨앗의 마음으로 시작되었을 우리 학회는 이제 꽤 무성한 나무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창립 전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선배, 동료 회원들의 애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새삼 감사의 마음으로 되새깁니다.
한 그루의 나무는 근본(根本)과 지엽(枝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지의 보기 좋은 모양새와 이파리의 싱그러운 색채가 갖는 나름의 효용이 있기에, 나무를 키우면서 가지를 치기도 하고 잎사귀를 닦아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엽에 시선을 빼앗겨 근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가지나 잎사귀와 달리, 뿌리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엽을 제아무리 가꾸어도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다면, 그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리는 만무합니다. 나무가 스스로 잎을 떨구어 뿌리에 거름하는 섭리는 지엽에 상대되는 근본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우리 학회의 명칭은 넓은 의미에서 ‘사람의 일’과 ‘사람들의 결사체’와 관련된 두 핵심어에 기초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사조직학회의 뿌리는 ‘사람’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학회도 예외 없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초저출생 및 초고령 사회화 등 어려운 상황과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람이 근본인 우리 학회이기에, 가령 조직의 효율만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의 존엄을 함께 도모하는 인공지능 활용에 대해서도, 인구구조가 드리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이 취해야 할 올바른 관점과 구체적인 지원제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학회의 미래를 책임질 후속세대의 참여와 결속을 높이는 것은 우리 학회의 근본을 튼튼히 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일입니다. 제한된 능력에 비해 과도한 의지가 종종 일을 그르치는 원인이 된다는 교훈을 잊지 않되, 차분하고 성실하게 소통과 확장에 힘쓰겠습니다.
많은 것이 변하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의미와 가치를 지닌 것이 무엇인지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학문의 지속적 발전을 이루고 조직과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 학회의 사명에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회원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제35대 한국인사조직학회장 이동섭 올림